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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AI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읽고 분석하고, 요약하며 심지어 기사를 쓰는 시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2억5천만 달러에, 세일즈포스의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는 타임지를 1억9천만 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크리스 휴즈 또한 뉴 리퍼블릭을 전격 인수했다. AI 시대의 승자라고 불리는 슈퍼 리치들이 종이신문 시대를 끝냈다고 선언한 지 오래인데, 왜 사라져가는 것처럼 보였던 종이신문의 세계에 거액을 베팅하는 것일까? 돈이 남아돌아서일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누구보다 미래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AI가 정보를 거의 무한하게 만들어 낼수록 희소해지는 것은 정보 자체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와 그것을 믿게 만드는 신뢰라는 사실을 말이다. ◇인간은 정답보다 이야기에 끌린다 AI는 정답을 찾는 데 탁월하다. 수십억 개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비교하고, 과거의 패턴을 찾아내고, 가장 합리적인 답을 계산한다. 정확성과 효율성, 최적화의 세계에서 인간은 AI를 이기기 어렵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세계는 수학 시험이 아니다. 현실의 기업과 시장에는 정답이 없다. 특히 세상일이 그렇다. 어제까지 잘나가던 기업이 오늘 갑자기 무너지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작은 기업이 어느 날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다. 전문가들이 만장일치로 실패를 예상했던 사람이 성공하고,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창업자의 집념 하나가 수십억 달러의 기업을 만들어 낸다. 완벽한 논리구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세계에서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인간은 그런 드라마를 좋아한다. 생각해 보면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두 팀의 실력이 완벽하게 같고 모든 결과가 사전에 계산되어 있다면 누가 경기를 보겠는가? 경마도, 경륜도 결과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재미가 사라진다. 인간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 때문이다. 다친 선수가 마지막 순간 기적 같은 결승 골을 넣고, 절대 강자가 신인에게 무너지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언더독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 이처럼 완벽함은 예측을 가능하게 하지만, 불완전함은 이야기를 만든다. 그래서 AI가 점점 완벽해질수록 인간은 오히려 불완전한 인간에게서 더 강한 서사(敍事,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사실)를 쓰는 일)를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신문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신문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종이가 아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려주는 것만이라면 AI가 훨씬 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 질문이다. “그래서 이 일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가?” 같은 사건을 놓고도 어떤 기자는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읽어내고, 어떤 기자는 그 사건 속의 한 사람의 인생을 발견해 낸다. 어떤 칼럼니스트는 숫자 뒤에 숨은 시대의 욕망을 포착하고, 어떤 편집자는 수많은 사건 중 무엇을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로 만들 것인지 결정한다. 이것은 단순한 정보처리가 아니다. 선택이고, 해석이고, 관점이다. 무엇보다 서사다. ◇평균에서 멀어질수록 비싸진다 AI 시대의 인재 시장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 과거의 인재 선발은 스펙의 시대였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어떤 자격증을 가졌는지, 어느 회사에서 몇 년 일했는지가 중요했다. 이력서는 한 사람의 능력을 증명하는 일종의 데이터베이스였다. 하지만 AI가 평균적인 업무능력을 빠르게 평준화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졌다. AI는 누구에게나 비슷한 수준의 지식과 분석 능력을 제공한다. 누구나 훌륭한 보고서를 만들고, 외국어를 번역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작성하고, 코딩을 보조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채용하는 사람의 질문도 바뀔 수밖에 없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당신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로 말이다. 한 사람의 커리어에서 가장 강력한 자산은 결국 남들이 복제하기 어려운 경험이다. 실패했던 경험, 예상하지 못한 분야에서 성공한 경험, 한 산업을 깊이 파고든 경험, 특정한 사람들과 관계를 쌓아온 경험, 남들이 보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한 경험이다. 스펙은 복제될 수 있지만 이야기는 복제하기 어렵다. 하버드 출신이라는 사실은 다른 사람도 가질 수 있다. 유명 기업에서 일했다는 경력도 수많은 사람이 공유한다. 하지만 “나는 왜 그 일을 시작했고, 무엇을 실패했으며, 그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발견했고, 그래서 지금 무엇을 믿는가?”라는 이야기는 오직 한 사람만이 가진다. AI가 평균을 높이는 시대에는 평균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가 오히려 경쟁력이 된다. 그래서 앞으로의 자기소개서는 경력 목록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자기 경험을 하나의 관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관점이 타인에게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 그것이 AI 시대의 새로운 스펙일 것이다.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움직임은 이런 변화의 신호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내신 만점자가 속출하고 AI로 다듬어진 천편일률적인 에세이가 범람하자 변별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하버드, MIT 등의 주요 명문 대학들은 한동안 폐지했던 표준화 시험인 SAT 점수 제출을 다시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입 제도 역시 2028년부터 ‘내신 5등급제’를 도입한다. 사실상 기존의 단순 성적만으로는 학생을 정교하게 가려낼 수 없는 구조로 선회하고 있다. ◇정보보다 귀한 것은 신뢰다 정보가 넘치면 정보의 가격은 떨어진다. AI는 이 원리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기사 한 편, 보고서 한 장, 시장분석 자료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계속 내려갈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보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더 믿을 만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진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전문가가 있고 소셜미디어에는 수많은 의견이 있다. AI는 몇 초 만에 그럴 듯한 분석을 만들어 낸다. 문제는 그 가운데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신뢰가 새로운 희소 자산이 된다. 100개의 보고서를 읽는 것보다 내가 오랫동안 믿어온 한 명의 전문가가 “이것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더 강력할 수 있다. 왜일까? 그 사람에게는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과거에 어떤 판단을 했고, 얼마나 정확했으며, 틀렸을 때 어떻게 인정했는지를 우리는 기억한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판단과 행동이 축적되어 만들어지는 일종의 평판 자산이다. AI는 정보를 무한히 생산할 수 있지만 신뢰의 역사를 하루아침에 만들 수는 없다. 그래서 앞으로 미디어의 경쟁력도 단순히 얼마나 많은 기사를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말했을 때 사람들이 믿는가로 이동할 것이다. 신문사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자산도 종이가 아니다. 기자의 이름, 편집국의 명성, 독자와의 관계, 그리고 오랜 시간 축적된 신뢰다. 슈퍼 리치들이 미디어를 사는 이유를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콘텐츠 공장이 아니라 이미 사회에 축적한 신뢰의 네트워크일 수 있다. ◇사람의 손이 다시 비싸진다 더 흥미로운 역설도 나타날 것이다. AI가 모든 것을 대신하게 되면 오히려 “AI가 하지 않은 것”이 프리미엄이 될 수 있다. 커피를 직접 볶는 장인이 주목받고, 손으로 쓴 편지가 특별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AI가 만든 수천 개의 글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기자가 직접 현장에 가서 사람을 만나고, 질문하고, 그 사람의 표정과 침묵을 관찰해 쓴 기사는 다른 가치를 갖는다. “이 글은 AI가 썼습니다”라는 표시보다 오히려 “이 글은 기자가 직접 취재했습니다”라는 표시가 신뢰의 상징이 될지도 모른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AI가 완벽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시대에는 한 장의 서툴지만 실제로 존재했던 순간을 담은 사진이 더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은 기술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너무 강력해졌기 때문에 생기는 반작용이다. 대량생산이 수공예품의 가치를 높였듯이 AI가 지적 생산물을 대량 생산할수록 인간이 직접 경험하고 판단하고 만든 결과물의 희소성이 커질 수 있다. 미래에는 “AI를 얼마나 잘 쓰는가?”만큼이나 “어디에서 AI를 쓰지 않을 것인가?”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사라질 줄 알았던 것들의 반격 모든 비즈니스 소통과 네트워킹이 슬랙, 이메일, 그리고 온라인 프로필 링크 하나로 대체되는 비대면 디지털 경제 시대에 구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지던 종이 명함이 다시금 강력한 비즈니스 무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셀프 브랜딩이 생존의 필수가 되고 긱 이코노미(gig economy, 기업이 사람을 정규직으로 장기간 고용하기보다, 필요한 순간에 프로젝트·업무 단위로 사람을 계약해 일을 맡기는 노동시장을 말함)의 확산으로 프리랜서와 1인 기업가가 넘치는 현재 시점에서 종이 명함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명확한 물리적 신뢰 기제에 기인한다. 그래서 종이신문뿐 아니라 종이 명함도 다시 주목받는 것인지 모른다. 디지털 명함은 효율적이다. 연락처를 쉽게 저장할 수 있고, 정보를 수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효율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인간관계다. 누군가를 직접 만나 손에 종이 명함 한 장을 건네는 행위에는 디지털 데이터에는 없는 물성이 있다. 그 사람의 이름과 직함, 회사가 인쇄된 작은 종이를 손에 쥐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하나의 실제 인물로 기억한다. AI 시대에는 이런 물리적 접점의 가치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모든 것이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모든 관계가 플랫폼 안에서 관리될수록 손으로 건네받은 명함, 직접 서명한 계약서, 손 편지, 종이책 같은 아날로그적 경험이 인간관계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종이신문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0.7초 만에 소비되는 뉴스와 아침 식탁에서 한 장씩 넘겨보는 신문은 같은 정보를 전달하더라도 경험이 다르다. 디지털은 정보를 전달한다. 아날로그는 경험을 남긴다. AI 시대에는 바로 이 차이가 중요해질 것이다. ◇정답의 반대편에 미래가 있다 AI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가능성 높은 답을 찾아낸다. 그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AI가 가장 잘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데이터가 무엇이라고 말하는가?”에 답하는 것이다. 반면 인간의 위대한 혁신은 종종 “그런데 정말 그래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모두가 인터넷으로 이동할 때 종이를 버리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모두가 모바일로 뉴스를 소비할 때 종이신문은 낡은 매체처럼 보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누군가가 종이를 샀다면? 모두가 AI로 콘텐츠를 만들 때 사람이 직접 취재한 기사를 강조하고, 모두가 디지털 명함을 사용할 때 종이 명함을 건네고, 모두가 데이터를 분석할 때 자신의 직관을 믿는다면? 역발상은 단순히 남들과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전제를 의심하는 능력이다. AI가 점점 더 정확해질수록 인간의 경쟁력은 정확한 예측 그 자체가 아니라 예측을 거스르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에서 나올 수 있다. “왜 모두가 이것이 맞다 생각하지?”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가?” “데이터가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인간에게 남아 있을 것이다. 결국, 신문을 산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산 것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왜 AI 시대의 슈퍼 리치들은 신문사를 사는가? 나는 그들이 종이를 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서사를 만드는 플랫폼을 산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람들이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뢰와 관점의 자산을 산 것이다. 신문사는 한때 하루에 한 번 뉴스를 인쇄해 배달하는 기업이었지만 오늘의 미디어는 다르다. 무엇을 중요하다고 판단할 것인지, 어떤 인물을 주목할 것인지, 어떤 기업을 혁신의 상징으로 만들 것인지, 어떤 사건을 시대의 전환점으로 기록할 것인지 결정한다. 그것은 단순한 정보의 문제가 아니다. 의제와 관점의 문제다. 정보가 희소한 시대에는 정보를 가진 사람이 강했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는 해석권을 가진 사람이 강하다. 그리고 AI가 해석까지 자동화하는 시대에는 역설적으로 누가 그 해석을 믿을 만하게 만들 수 있는가, 즉 인간의 고유한 흔적과 역발상의 혜안이 얼마나 담겨있는가가 중요하다. AI가 모든 답을 만들어주는 시대에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답이 아니다.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어떤 이야기를 믿을 것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 결정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앞으로 가장 비싼 사람은 반드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아닐 것이다. 정보를 의미로 바꾸는 사람, 기술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사람, 숫자 뒤에서 사람의 마음을 읽는 사람, 자기 경험을 독창적인 이야기로 만드는 사람, 그리고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릴 때 “왜?”라고 묻는 사람이 비싸질 것이다. AI는 인간을 평준화할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과정에서 평준화되지 않는 인간의 가치는 더욱 비싸질 것이다. 나만의 스토리,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 직접 경험에서 나온 판단,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만드는 관계, 그리고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을 한 번 더 의심하는 역발상, 어쩌면 이것이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겨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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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 꺼지는 순간의 공포, 인류 소멸 우려된다 7월 말부터 8월 첫 주까지 2주 동안 폭염과 열대야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다. 필자는 아파트 14층에 살고 있는 덕에 예전에는 한여름에도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선풍기 한 대면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는 에어컨 없이는 하루도 견디기 힘든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24시간 가동되는 차가운 인공 바람에 완벽히 적응해 있다. 문득 밤중에 서늘한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만약 이 열대야 속에 갑자기 전기가 나가버리면 어떻게 하지?’ 지진이나 대형 재난을 걱정하는 사람처럼 전력망이 마비되어 에어컨이 멈춰버린 방 안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갖게 한다. 그때 깨달았다. 우리가 누리는 현대의 문명과 일상은 열기를 식혀줄 전력망이라는 아주 아슬아슬한 줄타기 위에 올려져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모든 비명 같은 더위는 수천 km 떨어진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내 방 창문 너머까지 바짝 다가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구 온도의 균형을 잡는 280ppm의 이산화탄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본래 아주 정교하게 제어되는 에너지 시스템이었다. 1억 5천만 km를 건너온 태양 빛(단파)은 대기를 통과해 바다와 숲, 사막과 도시, 그리고 빙하에 도달한다. 이 빛의 일부는 눈이나 얼음처럼 밝은 표면에 맞고 곧바로 우주로 반사되지만, 나머지는 땅과 바다에 흡수되어 지표면을 데운다. 그리고 밤이 되면 따뜻해진 지표면은 이 에너지를 눈에 보이지 않는 긴 파장의 '적외선' 형태로 우주로 방출한다. 공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78.1%)와 산소(20.9%)는 이 에너지 흐름에서 '투명 인간'과 같다. 원자 두 개가 단단히 묶인 이 분자들은 지표면이 내보내는 적외선을 전혀 흡수하지 않고 그대로 우주로 통과시킨다. 만약 대기에 질소와 산소만 있었다면 지구가 내보낸 적외선은 곧장 우주로 빠져나가 지구는 영하 18도의 차가운 얼음 행성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 중 단 0.04%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CO₂)는 달랐다. 탄소 하나와 산소 둘로 이루어진 3원자 분자 구조는 지표면에서 올라오는 특정 파장의 적외선과 만나면 격렬하게 진동하며 열을 흡수한다. 그리고 그 열을 우주뿐만 아니라 다시 지표면과 대기 하층으로 재방출한다. 이 미량의 이산화탄소는 원래 지구를 사람이 살기 좋은 평균 15℃로 유지해 주는 고마운 '열을 가둔 이불'이었다. 산업화 이전 수천 년 동안 이 이불의 두께는 280ppm(공기분자 100만 개 중 280개)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200년 동안의 불꽃놀이가 가져온 서유럽의 비명 균형이 깨진 것은 지난 200년 동안이었다. 인류가 공장을 돌리고 차를 굴리기 위해 지층 깊은 곳에 묻혀 있던 석탄과 석유를 꺼내 태우면서, 수억 년간 갇혀 있던 탄소가 대기 중에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공기 중 0.04%라는 비율은 언뜻 보기에 극히 작아 보인다. 하지만 지표면부터 하늘 끝까지 쌓인 대기 전체를 고려하면, 이 미량 기체의 증가는 지구 전체의 에너지 흐름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30ppm을 웃돌고 있다. 200년 만에 이불이 50%나 두꺼워진 셈이다. 지표면에서 방출된 적외선이 우주로 나가지 못하고 대기에 갇히면서,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고 고층의 제트기류가 약해졌다. 그 결과 거대한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누르는 '열돔 현상'이 대륙을 덮쳤다. 여름이면 센 강변에 앉아 포도주를 마시던 파리였다. 그리고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두꺼운 석조 벽과 작은 창문으로 지어진 런던의 오래된 집들은 순식간에 열을 가두는 거대한 오븐으로 변했다. 에어컨 보급률이 낮았던 서유럽에서는 폭염으로 학교가 문을 닫고, 산불이 이어지고, 유럽 27개국에서 평년보다 1만 명 이상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극이 이어졌다. 아파트 14층에서 에어컨 전기가 나갈까 두려워하는 나의 불안은, 이미 유럽 전역에서 현실이 되어 있었던 거였다. ◇거대한 열의 이불을 거둬라, 그렇지 않으면 소멸하리라 이 경고가 너무 지나친 비관론처럼 보이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인류는 전기를 쓰고 에어컨을 틀며 어떻게든 폭염에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우리가 닫힌 방문 안에서 인공 바람을 쐬는 동안, 창문 밖의 세상은 멸종의 길을 걷고 있다. 자연계의 동식물에게는 버튼 하나로 온도를 낮춰줄 에어컨이 없다. 진화의 역사 속에서 수만 년에 걸쳐 일어나야 할 기온 상승이 단 수십 년 만에 폭발적으로 찾아오면서, 바다의 산호초는 하얗게 죽어가고 식물들은 서식지를 잃었으며 곤충과 동물들은 생존의 한계를 넘어 소멸해 가고 있다. 이것이 왜 인류의 소멸인가? 인류는 지구라는 거대한 생태계의 그물망에서 결코 독립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식물의 수분을 돕는 곤충이 사라지면 농작물이 실종되고, 바다의 먹이사슬이 무너지면 인류의 식량 체계가 파괴된다. 동식물의 멸종은 곧 인류를 지탱하는 생명 유지 장치가 하나씩 꺼지는 것과 같다. 숲과 바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생태계가 무너지면, 농작물이 죽고, 식량난이 일어나, 에어컨 바람 뒤에 숨어 있던 인류 역시 결국 소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어떤 이는 소멸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이미 공기 중에 풀려난 430ppm의 이산화탄소는 우리가 단순히 에어컨을 끄거나 전기차를 타는 것만으로는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200년 동안 쌓아 올린 열의 이불을 거두기 위해 인류는 이제 능동적인 '대기 청소'에 나서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AI와 우주 시대, 430ppm을 절반으로 줄일 기술의 반격 그러나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다행히 오늘날 인류의 기술 발달은 눈부실 정도로 눈부시다. 우리가 다 같이 마음을 모으고 전 지구적으로 결단한다면, 이미 하늘에 쌓인 430ppm의 이산화탄소를 절반 가까이 줄여내는 위대한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에너지 혁명과 탄소 포집 : AI는 초고효율 신재생에너지 그리드를 제어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콕 집어 흡수하는 '직접 공기 포집(DAC)' 기술의 화학 소재와 분자 구조를 광속으로 설계해 내고 있다. 포집된 탄소는 땅속 깊은 곳 현무암 지대에 주입되어 영구적인 돌(석회암)로 변한다. ▲우주 시대의 차세대 에너지와 기후 모니터링 : 우주 태양광 발전 및 초위성 인공위성을 통한 실시간 탄소 모니터링 시스템은 지구 전체의 에너지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생태계 복원의 지능화 : 초지능적 기술과 자연 기반 해법(NBS)이 결합하여, 숲을 가꾸고 바다숲을 복원하여 나무와 바다 플랑크톤이 탄소를 다량으로 다시 흡수하도록 돕고 있다. ◇다시 바람이 부는 창가를 위하여 필자는 14층 아파트에서 창문 밖 밤하늘을 바라본다. 에어컨은 여전히 세차게 시원한 바람을 뿜어내고 있지만, 이 인공적인 시원함이 주는 안도감 뒤에는 지구라는 거대한 에너지 시스템이 겪고 있는 열병이 누적되어 있다. 0.04%라는 미세한 비율이 지구 전체의 기후를 바꾸었듯 우리가 전력망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일상을 되찾는 길 역시 거창한 곳에 있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0년 동안 덮어온 두꺼운 열의 이불을 한 겹씩 거둬내는 정교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 우리는 비로소 에어컨 리모컨 없이도 창문을 열고 자연의 서늘한 바람을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임을 명심하자."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방·안보 분야에서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경제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양국 교역액을 20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양국 협력 강화 방안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 "지난 4월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한 호르무즈 해협 회의에 참여해 해협의 안정과 항행의 자유를 위한 대한민국의 기여 의지를 밝혔다"며 "앞으로도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공동언론발표에서는 우리 정부가 검토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구체적인 기여 방식이나 파병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양국은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안보 협력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의정서에 대해 "정보 교환 체계를 더욱 정교화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정비하는 것"이라며 "양국 군 간 협력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상호군수지원협정도 가능한 빠른 시간 내 체결할 수 있도록 협의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도 국제질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과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세계가 재편성되고 많은 변화를 겪고 있어 양국 모두 각자의 주권을 수호하고자 하고 있다"며 양국 협력이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고 "초강국의 패권적 성향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가 찾고자 하는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원자력 분야에서도 협력 범위를 넓힌다. 양국은 지난 4월 합의한 원자력 전 주기 협력을 발전시켜 원자력 연구개발과 연료 공급 분야의 협력 문건을 추가로 체결했다. 이를 토대로 차세대 원자로 개발과 중장기 원자력 공급망 다변화에서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합의를 토대로 민간 원자력 협력을 위한 고위급 대화 채널도 개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양국 교역액 2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양자, 우주, 원자력, 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2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한·프랑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도 열렸다. 이 대통령은 "첨단기술과 미래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과 투자 기회를 모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AI는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참석했다. 양국 국민 간 교류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강화한다. 양국은 항공협정을 개정해 노선을 확대하고,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참여 대상을 넓히기 위한 협정을 오는 10월 1일부터 발효하기로 했다. 초국가 범죄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양국 경찰 간 치안협력 합의문도 체결했다. 문화 분야에서는 영화산업 공동투자와 인재 양성 등을 통해 협력을 확대하고 K콘텐츠의 유럽 진출 기반을 넓히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0년간 쌓아온 양국의 깊은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140년을 함께 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며 "한국과 프랑스가 더 깊이 연결되고 협력의 지평이 넓어질수록 양국 국민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미래 세대들은 더 많은 기회와 희망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당면한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우리의 역량도 더욱 커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전북 전주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청탁 의혹’을 공격하고 있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표는 한 의원의 검찰 내부 정보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며 “국면이 변한 것 같다”며 “김 후보자 청문회와 별개로 한 의원 문제는 별도 사건으로 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동훈 사건을 정리함으로써 한국 정치검찰 개혁은 마지막 장을 맞이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며 한 의원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의 정보 취득 경위를 문제 삼았다. ◇"정보 유출자 전원 의법 조치" 김민석, 한동훈 배후 검찰 내부망 조준 김 대표는 또 “한 의원이 제기하는 여러 가지 주장은 검찰 내 협력자가 없으면 발생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지적하며 “협력자가 없고 근거가 없다면 거짓의 유포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 철저히 사실과 진상을 확인하고 관련 유출자가 있다면 전원 의법 조치하는 단계로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 의원이 김 후보자의 이른바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사건’ 관련 의혹을 연이어 제기하는 과정에서 검찰 내부 자료나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확인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민석 "한동훈은 '조선불량검'…'제1'에 집착해 비판 구분 못 해" 김 대표는 한 의원을 향한 비판 수위도 끌어올렸다. 그는 “(한동훈 의원은) 칭찬과 비판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조선제일검’, ‘조선제일쪽가위’ 이런 것은 조선제1이라는 것에 집착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혹시 ‘제1’이라고 불러주면 칭찬일 줄 알 것 같아서 ‘조선불량쪽가위’로 불러주는 게 맞다”며 한 의원을 “조선불량검, 조선불량쪽가위”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공소청 직제 제정안’과 ‘검사정원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도 검찰개혁 원칙에 부합하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안에는 공소청 출범 이후에도 검사 정원을 유지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공소청 조직 개편과 관련해 조직을 유지하려는 기득권의 과도함이 없는지에 대한 우려와 지적을 국회 차원에서 충실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혹시 기득권 관점에서 과도한 조직 설계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불가역적 검찰개혁이라는 대원칙하에서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출범이라는 조직 개편에도 기존 검사 정원과 조직 규모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당초 검찰개혁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당 안팎의 우려를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병도 "거짓 선동 거두라"…여당 향해 '민생 대정부질문' 압박 민주당은 이날 시작되는 국회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정쟁 대신 민생과 정책에 집중할 것도 촉구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분열과 대립, 혐오의 정치를 이어가겠다는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비아냥과 거짓 선동은 거두고 정쟁보다는 민생을 위한 대정부질문이 되도록 제1야당의 책임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정부질문은 거짓 선동과 무책임한 공세로 정부를 흠집 내고 정쟁을 키우는 무대가 아니”라며 “국민의 눈으로 국정을 점검하고 더 나은 해법과 대안을 찾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며 “정쟁을 넘어 민생으로, 말이 아니라 성과로 국민께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이날 정치 분야를 시작으로 대정부질문에 돌입한다. 10일에는 외교·통일·안보, 11일에는 경제, 14일에는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