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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가 놀이가 되어 가고 있다. 역사적 비극은 마케팅 문구가 되고, 죽은 이에 대한 조롱은 온라인에서 광범위하게 소비된다. 특정 지역과 세대, 집단을 향한 비하 표현도 농담처럼 오간다. 그러나 혐오 표현은 단순한 ‘말’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의 고통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인간을 존엄한 존재가 아닌 조롱의 대상으로 낮추는 행위다. 혐오 표현과 차별에 대한 사회적 대응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는 가운데, 교회는 혐오의 시대에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할까. 혐오 표현, ‘놀이’가 되다 5월 스타벅스코리아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탱크데이’ 마케팅에 이어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5·18 조롱 응원 사태까지, 최근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특정 집단을 조롱하고 사회적 편견을 더 부추기는 표현이 잇따르고 있다. 혐오 표현은 단순한 막말이나 불쾌한 표현과 다르다. 성별·장애·종교·나이·출신 지역·인종·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모욕·비하·멸시하거나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조장하는 표현을 가리킨다. 따라서 혐오 표현인지 판단할 때는 말의 거칠기만이 아니라 누구를 겨냥하고 어떤 차별적 효과를 낳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최근에는 혐오 표현의 방식도 달라졌다.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홍성수(토마스 아퀴나스) 교수는 “과거에는 의도가 명확하고 목적의식을 가지고 혐오 표현을 했지만 요즘에는 유머나 조롱에 가깝게 재미나 놀이를 표방한 방식의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며 “사람들은 문제의식 없이 혐오 표현에 쉽게 동참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SNS와 알고리즘은 이러한 표현의 확산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혐오와 차별 표현은 ‘밈(온라인 패러디 콘텐츠)’이나 ‘짤(인터넷에서 공유되는 짧은 이미지)’의 형태로 가볍게 소비되고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누군가의 존엄을 훼손할 수 있다. 반복되는 조롱은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희화화된 대상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만들고, 또 다른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 신자들은 혐오 표현을 어떻게 바라보나 본지와 서울대교구 굿뉴스팀이 공동 주관한 ‘가톨릭 POLL’ 조사에서도 신자들은 혐오 표현의 확산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5~19일 신자 4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5명(90.2%)이 혐오 표현의 확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신자 10명 중 9명꼴로 혐오 표현 확산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간극이 있었다. 혐오 표현이 밈이나 유행어, 장난으로 소비되는 문화를 접했을 때 ‘부정적으로 본다’거나 ‘불쾌하여 차단한다’고 답한 비율은 68.8%였다. 반면 ‘불쾌하지만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5.1%, ‘불쾌하여 관련 표현을 신고 등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응답은 9.3%에 그쳤다. 서울대교구 방종우 신부(야고보·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러한 간극의 원인으로 온라인에서 혐오가 일상화된 점과 ‘내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꼽았다. 방 신부는 “온라인과 일상에서 혐오 표현을 짧은 댓글이나 밈의 형태로 접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혐오에 대한 감수성이 자연스럽게 무뎌졌다”고 설명했다. 또 직접 자신이 받은 공격이 아니거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일이 아니면 한발 물러서서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규제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혐오와 차별로 사회적 문제가 커지면서, 정부는 조롱·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징벌적 손해배상, 이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사이트의 폐쇄 등 엄격한 조건 아래 처벌에 입각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가톨릭 POLL’에서도 온라인 혐오 표현 확산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대응 수준에 관해 ‘법과 제도를 통해 적극 규제해야 한다’는 응답이 34.8%, ‘일정 수준의 제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45.4%로 나타났다. 두 응답을 합하면 80.2%로, 정부와 사회의 제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았다. 반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거나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응답도 19.1%였다. 혐오 표현에 대한 대응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가의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과도한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 교수는 “조롱 형태의 혐오 표현은 법적으로 규제하기가 더 까다롭고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차별과 혐오의 양상이 더 다양해졌기 때문에 처벌을 위한 규제보다 먼저 무엇이 차별이고 혐오인지 사회적 기본 규범을 세우고,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혐오 앞에서 교회가 말해야 할 것 법적 규제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적 견해나 사회 현상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비판할 권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윤리신학적 관점에서 자유는 책임과 분리될 수 없다. 방 신부는 “자유의 목적은 다른 사람의 존엄을 파괴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을 선택하고 공동선을 이루는 데 있다”며 “표현의 자유와 인간 존엄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닌, 함께 지켜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23년 스웨덴에서 쿠란이 소각된 사건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존엄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교황은 “표현의 자유가 다른 사람을 경멸하는 구실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모든 형제들」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 특정한 소속과 경계를 넘어 타인을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방 신부는 오늘날 신앙인에게 필요한 질문은 ‘나는 혐오하지 않는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누군가 혐오 당하고 있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혐오가 일상화된 시대에 교회가 신앙인에게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로 ‘인간 존엄’을 꼽았다. 방 신부는 “혐오에 대응하는 그리스도인의 태도는 ‘타인을 다시 사람으로 보는 일’에서 시작한다”며 “의견이 다르면 논쟁할 수 있고 잘못된 행동은 비판할 수 있지만 그 순간에도 상대가 나와 똑같은 존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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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이하 한국평단협)가 마련한 ‘성령 안에서 대화’ 촉진자 양성 과정이 대구관구 교육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평신도들이 주축이 돼 각 교구와 본당, 단체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이끌 평신도 촉진자를 양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평단협은 7월 18일 광주관구를 시작으로 8월 8일 서울관구, 8월 22일 대구관구에서 차례로 ‘성령 안에서 대화’ 촉진자 양성 과정 워크숍을 진행했다. 광주관구 28명, 서울관구 43명, 대구관구 45명 등 모두 116명이 과정을 수료했다. ‘성령 안에서 대화’는 기도와 묵상을 바탕으로 서로의 말을 경청하고, 그 안에서 성령께서 공동체에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함께 식별해 가는 방식이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최종 문서」는 ‘성령 안에서 대화’를 성령께서 여러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듣고 식별하게 하는 ‘풍성한 도구’로 제시한다.(45항 참조) 특히 ‘성령 안에서 대화’가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성령 안에서 대화’를 진행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조력자)와 나눔 내용을 기록·정리하는 서기 등 촉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같은 역할을 익히기 위해 참가자들은 각 관구 워크숍에 앞서 3주 동안 온라인으로 「최종 문서」를 함께 읽고 소그룹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직접 경험했다. 이어 1일 집중 워크숍에서는 퍼실리테이터와 서기를 직접 맡아 실습하고 평신도사도직연구소 연구위원들의 조언을 얻었다. 「최종 문서」는 남녀 평신도가 교회의 식별과 의사 결정 과정에 더욱 폭넓게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77항 참조), 소공동체와 본당에서 교회적 식별의 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양성 기회를 마련하고 이를 돕는 이들을 양성할 것을 요청한다.(86항 참조) 교육을 총괄한 평신도사도직연구소 현재우(에드몬드) 소장은 특히 교구나 교계 기관이 아닌 평신도들이 직접 양성에 나선 점에 의미를 뒀다. 현 소장은 “평신도 단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중요한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 평신도들이 주체성을 가지고 시노드에 관심을 갖고 직접 참여해봤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촉진자는 능력을 갖춘 전문가라기보다 먼저 경험한 사람”이라며 “수료자들이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나 단체 안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확산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국평단협은 9월 18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후반기 연수회에서 각 교구 평협·평단협 회장단에게 이번 과정의 내용과 성과를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해 향후 프로그램을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평단협 김진택(토마스 아퀴나스) 회장은 “그동안 ‘경청’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성령 안에서 대화’는 잘 들을 뿐 아니라 내 뜻도 잘 전하고 묵상하면서 서로의 뜻을 살피며 공동체가 함께 식별해 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은 이수 인원도 적고, 교육 자체도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촉진자가 양성돼 본당마다 ‘성령 안에서 대화’가 널리 확산되고, 모든 신자가 이를 손쉽게 실천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계 그리스도교가 기존의 서구 중심 체계를 탈피하는 흐름 속, 아시아 고유의 역사, 문화, 정체성에 뿌리내린 신학적 성찰이 보편교회 쇄신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필리핀의 대표적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 애그니스 M. 브라잴 교수(마닐라 드 라 살 대학교)는 서구 식민 지배의 상처와 독재, 토착 여성들의 삶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맥락의 해방-탈식민 신학관을 구축해 왔다. 세계주교시노드 연구위원 및 교황청 각종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며, 로마 가톨릭의 중심에서 비(非)서구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브라잴 교수는 가난한 이들과 이주민, 폭력 피해자 등 주변화된 이들을 단순한 사목 대상이 아닌 ‘신학의 주체’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구 신학의 수용을 넘어 비(非)백인 교회가 주체적 언어로 신학을 펼쳐가야 한다는 그의 제언은, 양극화와 사회적 분열 속에서 주변부의 눈으로 진실을 분별할 것을 요청받는 한국교회와 가톨릭 언론에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신학의 '주체’ 전환과 시노드 교회의 미래 방향을 브라잴 교수에게 직접 들어봤다. Q. 교수님의 신학은 동남아시아의 고유한 역사·문화와 신앙 경험에 뿌리를 둡니다. 서구 신학에 익숙한 신자들에게 아시아 맥락의 신학이란 어떤 것인가요? 또 어떤 역사적 경험이 교수님의 해방-탈식민 신학관을 형성했는지 들려주세요. A. 필리핀은 식민 지배의 깊은 상처를 겪었고, 정치적 독립 뒤에도 그 영향은 사고와 예배 방식 안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아시아 맥락의 신학이란 정신과 신앙을 함께 탈식민화하는 여정이에요. 식민지 이전의 과거를 낭만화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한때 무시됐지만 오늘날 회복력과 풍요로운 삶의 자원이 되는 아시아 고유의 지혜와 전통, 그 생명을 북돋는 보물을 되찾자는 것이죠. 저의 접근은 불평등한 구조를 비판하고, 식민주의 사고에서 벗어나며, 신학 지식을 탈식민화하려는 해방-탈식민 윤리입니다. 이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키는 루카복음 4장 18절의 예수님 사명과 맞닿아 있어요. 제 신학을 형성한 주요한 상처 중 하나는 토착 여성(무헤르 인디헤나)들의 투쟁입니다. 식민 시대 이전 필리핀 사회는 양성이 비교적 평등했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종교적 권리와 지도력은 여성 종교 지도자 ‘바바일란’에 대한 억압으로 상실됐죠. 그들은 식민 지배에 맞선 원형적 페미니스트였어요. 필리핀의 페미니즘은 서구 수입품이 아니라 이들의 투쟁 안에 자생적으로 뿌리내린 씨앗입니다. 또 하나는 마르코스 독재 경험입니다. 저는 1972년 계엄 통치가 시작됐을 때 학생이었던 ‘데카다 세텐타(70년대 세대)’입니다. 1980년대에는 코코넛 소작농을 조직했다는 이유로 체포됐고, 필리핀 주교회의의 시민 불복종 호소문을 학생들이 배포하도록 도왔다는 이유로 대학 캠퍼스 사목자 자리에서 해임되기도 했어요. ‘피플 파워 혁명(1986년 마르코스의 독재 정권을 평화적으로 무너뜨린 민주화 운동)’의 증인이자 참여자로서, 아무리 상황이 암울해도 부활과 해방의 약속 안에는 언제나 희망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Q. 아시아 교회는 오랫동안 유럽과 북미의 신학 언어를 받아들여 왔습니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그리스도인이 소수자인 상황인데, 아시아 교회가 보편교회 신학 쇄신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A. 필리핀과 동티모르를 제외하면 대다수 아시아 국가에서 그리스도인은 소수자입니다. 그래서 지역 문화를 형성해 온 타종교들과 구별되는 정체성을 지키려다 보니, 도리어 유럽적 범주와 문화에 뿌리내린 믿음과 실천에 거리를 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아시아 교회는 더 큰 용기를 내야 합니다. 민족 고유의 언어와 문화로 신학을 연구하고 예배하며, 당당하게 교회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특히 아시아 교회는 오랜 다종교 환경에서 쌓아온 종교 간 대화의 경험, 아시아의 비이원론적 철학들과 만나는 지점에서 보편교회 신학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죠. Q. 교수님은 가난한 이들, 이주민, 여성, 토착민 공동체 등 주변부 사람들을 신학의 주체로 봐야 한다고 강조해 오셨습니다. 이들을 동반자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며, '경청'이 단순한 상징을 넘어 실제 구체적인 변화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A. 주변부에 있는 이들의 상처에는 우리가 생각하고 찬양(Worship)하고 살아가는 방식에서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를 일깨우는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체제의 혜택을 받는 이들과만 이야기하면 놓칠 진실들이 그 안에 있죠. 단순히 그들의 목소리를 듣거나 ‘끼워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당사자를 동반자로 맞이하지 않는 경청은 시혜적 연민에 그칠 위험이 있어요. 이들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힘을 실어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주변부 출신이나 그동안 목소리가 묻혔던 공동체 구성원을 훈련시켜 서품을 주거나, 이들이 평신도로서 교회의 다양한 기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양성된 평신도가 참여하는 사목평의회도 단순 자문기구가 아니라 공동체의 장기적 계획을 담당하는 의결기구가 돼야 해요. 특히 여성과 평신도에게 신학교육의 문을 넓게 열어야 하고, 신학적으로 훈련받은 이들이 강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필리핀에서 사제 대 신자 비율은 1대 7000에 달하지만, 종신부제를 양성하는 교구는 적고 여성 부제 가능성에 열려 있는 교구는 더 드뭅니다. 교회 안에는 사제보다 더 잘 강론할 수 있는 평신도들이 존재하고 많은 신자가 이를 지지하지만, 교회는 여전히 강론을 서품 직무자에게만 제한하고 있어요. 교회가 저마다의 은사를 진정으로 받아들이려면 여성과 평신도가 교회의 의사결정 기구와 사목 현장에 대표로 참여해야 합니다. 교회의 모든 단계에서 경청이 이뤄질 때 비로소 참된 교회적 식별과 회심이 이루어집니다. Q. 이주민 이슈는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주민을 시혜 대상이 아닌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을 새롭게 하는 주체로 바라보는 ‘상호문화적 교회’란 어떤 모습일까요? A. 교회는 역사를 돌아보며 이주민의 유입이 교회를 어떻게 풍요롭게 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신학자 제후 핸슬스(Jehu Hanciles)는 저서 「Migration and the Making of Global Christianity(이주와 세계 그리스도교의 형성, 국내 미출판)」에서 이주가 그리스도교 확산과 신학적 발전의 중심축이었다고 밝혔죠. 이주민 당사자들이 본당과 교구 리더십에 참여해야 그들의 문화가 지닌 은사와 지혜도 온전히 나눌 수 있습니다. 단지 여러 문화를 한 곳에 모아놓기만 하는 다문화 모델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상호문화성은 다문화주의가 빠지기 쉬운 고립에 저항하며, 현지인과 다양한 이주민 집단 사이의 대화를 요구합니다. 상호문화적 교회는 문화 간 경계를 넘나들며 소통하는 사목자들이 이끌고, 이주민과 그 자녀들이 리더십 안에서 삶의 지혜를 나눌 때 비로소 성장합니다. Q. 세속화와 불평등, 저출생과 사회적 분열을 겪는 오늘날 한국에서 가톨릭 언론과 교회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며, 어떠한 소명을 지니고 있을까요? A. 한국이 겪는 변화는 세계 자본주의 구조와 연결돼 있습니다. 세계 자본주의는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확대해 양극화와 사회적 분열을 부추겼죠. 한국교회는 표면적 문제 아래의 근본 원인을 물어야 합니다. 세속화와 불평등, 저출생과 청년 불안을 밀어붙이는 경제·정치·환경 세력은 누구인가, 교회는 신학과 실천 속에서 대안적인 은총의 구조를 사회에 어떻게 세울 수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진실이 힘을 잃은 시대에 가톨릭 언론은 신자들이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는 안목과 힘을 길러줘야 합니다. 또 현실을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야 해요. 허위 정보로 이익을 얻는 세력이 정치인이든 거대 기술 기업이든, 용기와 연민으로써, 그들의 실체를 드러내도록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죠.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해 하는 일은 아무리 작아도 헛되지 않습니다. 성서학자 톰 라이트 주교(성공회)의 말처럼 “머지않아 불에 던져질 위대한 그림을 보수하는 것이 아니며, 곧 파헤쳐질 정원에 장미를 심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하느님의 새로운 세상의 일부가 될 일을 우리는 성취하고 있는 것”(「마침내 드러난 하느님 나라」 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진실된 연대는 하느님의 새 세계까지 이어지고, 그곳에서 더욱 완성될 거예요. ■ 애그니스 M. 브라잴 교수는 애그니스 M. 브라잴은 필리핀 마닐라 드 라 살 대학교(De La Salle University) 신학·종교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필리핀 가톨릭신학회(DaKaTeo) 창립 멤버이자 전 회장이며, 아시아 여성 가톨릭 신학자 네트워크 ‘아시아 여성의 교회(Ecclesia of Women in Asia)’ 초대 코디네이터를 역임했다. 벨기에 뢰번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브라잴 교수는 저서 「A Theology of Southeast Asia: Liberation-Postcolonial Ethics in the Philippines(동남아시아의 신학: 필리핀의 해방-탈식민 윤리, 국내 미출판)」를 집필했고, 「Cyberchurch: An Ecclesiological Model for a Digital Age(사이버 교회: 디지털 시대의 교회론 모델, 국내 미출판)」와 「Toward an Intercultural Church: Bridge of Solidarity in the Migration Context(상호문화적 교회를 향하여: 이주 맥락에서 연대의 다리 놓기, 국내 미출판)」를 공동 저술했다. 또한 10권의 선집을 공동 편집했으며, 여성신학, 탈식민 신학, 이주신학, 사이버 신학 등을 주제로 8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아울러 다양한 교황청 및 시노드 여정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다.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 부서와 이주·난민 부서가 주관한 ‘Doing Theology from Existential Peripheries(실존적 주변부에서 신학하기)’ 프로젝트의 아시아 지역 코디네이터로 활동했으며, 필리핀 주교회의의 ‘In-depth Synodal Discussion and Discernment on Key Controversial Issues(주요 쟁점에 관한 심층 시노드적 토론과 식별)’ 과정에서는 여성 부제 식별·작성 그룹의 의장 겸 진행자를 맡았다.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 부서 제2연구그룹 ‘Listening to the Cry of the Poor and the Earth(가난한 이들과 지구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기)’ 위원으로도 참여했으며, 교황청 복음화부 ‘Church of the Sheaves(이삭의 교회)’ 프로젝트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외신종합]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산악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로 수백 명이 실종된 가운데, 네팔대목구와 네팔 카리타스가 피해 상황 파악과 긴급 지원 준비에 나섰다. 가톨릭계 외신 보도에 따르면 8월 26일 네팔 북부 라수와(Rasuwa) 지역과 중국 티베트 지룽현(Gyirong County) 일대에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네팔에서 최소 95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실종됐다. 중국 측에서도 최소 3명이 숨지고 265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재난은 네팔과 중국 국경 인근 산악지역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강을 막았다가 물이 한꺼번에 방출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팔 당국과 전문가들은 눈과 암석이 함께 무너지는 ‘암석-빙하 사태(rock-ice avalanche)’가 주요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피해 지역은 티베트의 힌두교 성지인 카일라스산(Mount Kailash)과 만사로바르 호수(Mansarovar)로 향하는 순례길이자 트레킹 코스다. 네팔 당국에 따르면 재난 직후 외국인 341명을 포함해 모두 403명의 여행객이 실종 신고됐으며, 인도 순례객을 비롯해 미국·호주·영국·캐나다 국적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팔대목구 “25가구 신자들 안전”… 사제 1명은 미사 후 교량 유실로 복귀 못 해 네팔대목구장 서리 실라스 크리슈나 보가티(Silas Krishna Bogati) 신부는 미국의 가톨릭전문 매체 「크럭스」와의 인터뷰에서 피해 지역 내 신자들의 상황을 전했다. 보가티 신부는 “피해 지역에 있는 25가정의 신자들은 현재까지 안전하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네팔대목구 제임스 브리토 신부가 홍수로 고립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브리토 신부는 강 건너편으로 가 신자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한 뒤 돌아오던 중 홍수로 도로와 교량이 유실되면서 자신의 사목지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홍수로 최소 19개의 교량과 약 40㎞의 도로가 파괴됐으며, 네팔군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라수와 지역에서 헬기를 활용한 구조 활동을 진행해 100여 명 이상을 구조했다. 네팔 카리타스, 피해 평가 후 국제 지원 요청 검토 네팔 카리타스(Caritas Nepal)도 긴급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보가티 신부는 “가톨릭교회는 카리타스와 함께 이번 재난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카리타스 협력 기관들에게 지원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팔 카리타스는 1990년 대홍수 이후 설립된 기관으로, 자연재해 대응과 긴급구호, 취약계층 지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5년 네팔 대지진 당시에도 피해 주민 지원과 복구 활동에 참여했다. 이번 재난에서도 네팔 카리타스는 피해 규모와 지원 필요 지역을 파악한 뒤 국제 카리타스 네트워크와 협력해 구호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빙하·암석 붕괴가 원인 추정… 기후변화 영향 우려 이번 홍수의 정확한 원인은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당초 지진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이후 이를 규모 5.5 수준의 산사태성 지질 활동으로 수정했다. 카트만두 소재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의 원격탐사 전문가 사르타크 슈레스타(Sarthak Shrestha)는 “네팔 쪽에서 암석과 얼음 사태가 발생해 렌데강(Lhende River)을 막았고, 이후 연쇄적인 홍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캘거리대학교 지질학자 다니엘 슈거(Daniel Shugar) 역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빙하 일부가 붕괴해 계곡 아래로 떨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현장이 “폭탄이 터진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하면서도 정확한 원인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히말라야 지역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 불안정성과 극한 기상 현상이 증가하면서 산악 재난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인 9명 연락 두절… 정부 신속대응팀 파견 한편 이번 홍수 피해 지역에서는 한국인 피해도 발생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네팔 라수와 지역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 인근에서 근무하던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9명이 연락 두절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락 두절 인원은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과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이다. 이와 별도로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10명은 네팔인 등 외국인 직원들과 함께 현지에서 대피해 안전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외교부와 소방청, 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네팔 현지에 파견해 우리 국민 수색과 구조를 지원할 예정이다."